누리호 4차 발사 무엇이 달라졌나

11월 27일 오전 0시 54분에서 1시 14분 사이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다시 하늘로 향한다. 2023년 5월 25일 세 번째 발사 이후 2년 반 만이다. 기술은 3차 발사 때와 달라진 것은 없다. 이번 4차 발사는 발사체 성능 개선이 목적은 아니다.

누리호 4차 발사 무엇이 달라졌나

11월 27일 오전 0시 54분에서 1시 14분 사이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다시 하늘로 향한다. 2023년 5월 25일 세 번째 발사 이후 2년 반 만이다. 기술은 3차 발사 때와 달라진 것은 없다. 이번 4차 발사는 발사체 성능 개선이 목적은 아니다. 누리호 1차 발사부터 3차까지 책임자였던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 책임연구원(전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누리호 기체 제작과 발사에서 주요 권한과 책임이 정부에서 체계 종합을 책임진 기업으로 상당 부분 넘어갔다는 점이 이번 4차 발사에서 주목할 변화”라며 “민간 기업이 독자적으로 우주 발사체 제작과 발사 운용 전반을 책임지는 시대를 여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체 제작과 발사 책임, 정부서 기업으로

누리호는 아파트 15층 높이의 길이 47.2m, 최대 지름 3.5m, 무게 200t인 3단형 우주 발사체다. 최대 무게 1.5~2.6t의 위성을 300~800㎞의 다양한 우주 궤도로 실어 나를 목적으로 개발됐다. 가장 중요한 1단에는 현대 그랜저 180대를 한 번에 들어 올릴 만큼 강력한 75t급 액체 엔진 4기가 달려 있다.

누리호는 2021년 10월 21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첫 비행에 나섰지만, 궤도 안착에 실패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22년 6월 21일 2차 발사에서 위성을 투입하는 데 성공하면서 한국은 1t 이상의 위성을 우주로 발사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일곱 번째 나라가 됐다. 2023년 5월 25일에는 3차 발사까지 성공했다.

고 책임연구원은 4차 발사 준비 과정에서 대표적 변화로 항우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하 한화) 엔지니어의 역할 변경을 꼽았다. 3차 발사 때만 해도 항우연 연구자가 기체 개발과 제작, 발사를 주도하고 체계 종합 기업인 한화 엔지니어는 참관했는데, 이번에는 그 반대가 됐다. 본격적인 4차 발사 준비에 들어가면서 한화 엔지니어가 직접 부품을 납품받아 조립하고, 검수까지 도맡았다. 발사 당일 누리호 상태를 점검하는 주요 관제 시설인 론치컨트롤센터(LCC)에서도 항우연과 한화 엔지니어가 합동 근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전 같으면 발사 당일 항우연 관계자만 모니터를 보며 앉아 있겠지만 이번 발사부터 한화 엔지니어가 직접 현장을 지휘한다. 고 책임연구원은 “3차 발사까지 항우연이 맡았던 총감독 역할을 이번엔 한화가 맡고, 항우연 연구자는 문제가 있을 때만 조언과 도움을 줬다”며 “한화 측이 꽤 일찍부터 4차 발사에 대비하기 위해 인력과 기술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실 이번 4차 발사는 향후 한국의 민간 우주 발사 역량을 시험하는 데뷔 무대나 다름없다. 지금까지 인공위성과 우주 발사체 등 모든 우주 프로그램은 정부 주도로 이뤄졌다. 최근 이노스페이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우나스텔라 같은 민간 기업이 등장했지만, 사실상 주요 민군 발사체 사업은 항우연과 국방과학연구소 등 정부 주도로 개발과 제작, 발사가 추진됐다. 우주 무대에서 국내 기업은 언제나 조연이었다.

하지만 최근 10년 새 우주 시장이 커지면서 정부도 태도를 바꿨다. 시장조사 업체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저궤도 위성 인터넷과 각종 우주 제조, 우주 서비스 시장이 성장하면서 우주 발사 시장이 연평균 15% 성장해 2034년까지 연간 802억달러(약 117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유럽처럼 정부가 연구개발(R&D)을 주도하고 효율성이 필요한 분야는 민간에 맡기는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급속히 커진 우주 시장에서 활약하는 변변한 한국 기업 하나 없는 점도 사고 변화를 이끌었다. 한영민 항우연 우주발사체 연구소장은 11월 11일 열린 설명회에서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은 발사체를 4번 쏴서 기체 신뢰성을 높이고 기술을 민간에 이전해서 국내 발사체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누리호 기술을 기업에 이전해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ULA 같은 유명 우주 발사체 기업으로 키우고 관련 생태계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화가 당장 한국형 발사체를 사업화하기 힘들 것으로 본다. 경쟁력 있는 발사체가 되려면 대량생산 생태계를 갖춰야 하는 등 시간이 더 필요하다. 안재명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교수는 “4차에 이어 5차, 6차 발사가 이어지며 참여 기업은 더 많은 기술과 독자 역량을 쌓을 것”이라며 “앞으로 필요한 건 발사체를 계속 쏘아 더 높은 신뢰성을 쌓는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 우주 업계에는 발사 경험이 많은 발사체에만 위성 발사를 맡기는 관행이 불문율처럼 내려온다. 한 기에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이 들어간 값비싼 위성을 검증이 안 된 발사체로 쏘아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헤리티지를 쌓는다’고 하는데, 누리호도 예외는 아니다. 오늘날 전 세계 상업 발사 물량 54%를 점유한 스페이스X도 헤리티지를 쌓는 기간이 있었다. 2010년 상업 발사를 시작했지만 2015년 재사용 발사체 팰컨9의 1단 로켓 회수에 성공하고 2년이 지나서야 한 해 6~8회이던 발사가 18회 이상으로 뛰며 성장 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팰컨9은 올해 들어서만 146회, 현재까지 560회의 발사 횟수를 기록한다. 안 교수는 “누리호는 지금까지 세 번 쐈다. 신뢰성 90%를 주장하려면 최소 10번은 쏴야 한다”며 “향후 더 싸고 경쟁력이 있는 발사체를 내놓으려면 더 많은 발사를 통해 신뢰성을 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새벽 발사, 경험 계속 쌓아야 경쟁력

우주에서 사업을 준비하는 기업은 이번 누리호에 거는 기대가 크다. 한국 땅에서 국내 민간 기업이 제작한 발사체로 국산 위성을 우주에 보내는 첫 발사이기 때문이다. 국내 위성 회사인 나라스페이스 박재필 대표는 “국내 우주 기업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헤리티지를 쌓아야 하는데 그간 해외 발사체에 의존하다 보니 돈이 많이 들었다”며 “누리호처럼 필요할 때 언제든 쏘고 자국 기업을 우주로 데리고 나가는 국가 전용 발사체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4차 발사가 성공하면 우주·바이오 기업인 스페이스린텍을 비롯해 한컴스페이스·우주로테크·코스모웍스·쿼터니언 등 기업과 서울대·카이스트·인하대·세종대·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12개 기업과 기관이 새롭게 위성을 갖게 된다. 앞서 3차 발사 때는 이보다 적은 7기를 우주로 올렸다. 나라스페이스도 항우연의 실험 전용 위성 E3테스터 카리-1을 제작했다. 우주 환경에서 삼성전자와 카이스트 등이 맡긴 반도체 소자와 부품을 실험하는 위성이다. 박 대표는 “정부가 누리호 2차 발사부터 기업의 큐브 위성을 올려주면서 다양한 기업의 우주 사업 진출이 점점 늘고 있다”며 “정부가 6차 발사 이후에도 발사체 기술이 퇴보하지 않고 국내 기업에 우주 진출 기회를 주기 위해선 국가 발사체 사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 교수도 “2032년까지 차세대 발사체를 만드는 것과 별도로 누리호 같은 200t급 발사체 기술을 필요할 때 언제든 꺼내 쓸 수 있게 기술력을 유지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누리호는 2026년과 2027년 두 차례 발사를 남기고 있다.

이번 4차 발사는 처음으로 새벽에 추진된다. 1차 때는 오후 5시, 2차는 오후 4시, 3차는 오후 6시 24분 발사가 이뤄졌다. 위성을 발사하는 시간은 위성 임무에 따라 결정된다. 3차 발사 때는 주 탑재체인 차세대 소형 위성이 전력 생산에 필요한 태양에너지를 항상 받을 수 있는 ‘여명황혼궤도’에 진입하는 시간을 고려해 저녁 시간대에 쐈다. 4차 발사에 핵심 탑재체로 실린 차세대 중형 위성 3호는 빛이 적은 시간대에 오로라, 대기광을 관측하는 임무를 맡았는데, 이를 위해 한밤 발사가 결정됐다. 항우연도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발사대 주변에 조명 등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고 본부장과 항우연 연구원 출신인 안 교수는 새벽 발사 역시 향후 다양한 발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경험의 습득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누리호가 점점 특정 조건을 만족시켜야 하는 상황을 요구받다 보니 발사 난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고 책임연구원은 “항우연도 새벽 발사는 처음 해 보는 것”이라며 “인간적 실수나 어둠 속 야간작업이 걱정되지만, 발사를 루틴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반드시 겪고 넘어야 할 과정”이라고 말했다.

+Plus Point| 멕시코도 넘어갔다…美 군부도 경계하는 中 상업 발사 확장력

중국의 신생 우주 발사체 기업 CAS스페이스는 8월 19일 오후(이하 현지시각) 중국 북서부 고비사막의 주취안 위성 발사 센터에서 멕시코 우주 벤처 섬샛(ThumbSat)의 위성 2기를 고체 로켓인 키네티카-1에 실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CAS스페이스 관계자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이번 발사가 비용과 신뢰성의 적절한 균형을 갖춘 중국 로켓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미국의 수출통제법인 국제무기거래규정(ITAR)에 영향받는 북미에서 중국 로켓을 임대해 사용한 일은 처음이 아니다. 캐나다는 앞서 2018년 중국의 창정-11 로켓을 이용해 위성 6기를 우주로 쏘아 올렸다.

상업 우주 발사 시장에서 미국의 스페이스X는 사실상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선 263회 우주 발사가 추진됐는데 스페이스X가 이 중 138회(52%)를 쐈다. 하지만 최근 10년 새 중국 민간 기업이 상업 발사 시장에서 작은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멕시코 사례는 그중 하나일 뿐이다. 

2010년대 후반에는 위성과 로켓 기술을 개발하는 상업 기업이 많이 증가했다. 현재 중국에는 500개가 넘는 상업용 우주 기업이 있다. 중국에는 국유 기업인 중국항공우주과학기술집단공사(CASC) 외에도 20개에 이르는 상업 우주 발사체 회사가 활동 중이다. 2015년 설립된 랜드스페이스는 2023년 7월 메탄 연료 로켓을 궤도에 올린 세계 최초의 회사로 기록됐다. 갤럭틱 에너지는 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킨 두 번째 상업 회사로, 지난해 5회 발사로 중국 상업용 발사 부문을 선도했다. 이 밖에 아이스페이스는 재사용할 수 있는 로켓 수직 이착륙(VTVL) 테스트를 수행했고, 스페이스 파이오니어는 액체 연료 로켓 톈룽-3을 개발하고 있다.

중국도 한때 CASC와 중국항공우주과학기술공업집단공사(CASIC)라는 두 국유 기업이 우주개발을 주도했다. 하지만 2014년 중국 국무원은 우주 부문을 민간 투자에 개방하는 ‘문서 60’을 발표한다. 국가 우주 부문에서 국가 주도의 제약을 극복하고 민간 부문을 활용해 중국을 세계 최고 기술과 우주 강국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목표로 내놨다. 중국 정부는 대출 할인과 모태 펀드 같은 재정 수단을 활용하고, 지방정부 투자를 통해 민간 우주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그 결과 중국은 2024년 모두 68회 우주 발사에 성공하면서 미국 다음으로 발사 시장에서 굳건한 위치에 올랐다. 

미국은 이미 경계에 들어갔다.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는 11월 18일 의회 연례 보고서에서 “중국은 상업용 발사 용량을 확대하고, 초기 단계의 거대 위성군을 배치했으며, 이중 용도를 위해 전 세계 지상국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며 “미군 지휘부가 중국 우주 프로그램의 속도, 규모, 야심에 새삼 놀라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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